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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내려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지난주 미국과 일본이 연달아 금리를 올렸는데 오히려 비트코인이 6% 넘게 폭등하고 S&P 500까지 상승했습니다. 처음 이 흐름을 보고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경제가 튼튼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어막의 유효기간이 바로 지금 끝나가고 있습니다.
34조 방어막의 실체: 자사주 매입과 쇼트스퀴즈
제가 직접 시장 흐름을 추적해보니, 이번 반등의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쇼트스퀴즈(Short Squeeze), 다른 하나는 자사주 매입(Buyback)입니다. 쇼트스퀴즈란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세력이 예상과 달리 가격이 버티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에 다시 사들이는 현상을 뜻합니다. 시장이 억지로 끌어올려진 셈인데,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제자리를 찾으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코스피 전체를 좌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야기는 더 구체적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대형주가 외국인 매도 폭탄을 맞으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달간 하루 1조 원이 넘는 매도가 쏟아지는데도 주가가 크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두 회사가 합산 약 34조 7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일 최대치로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자사주 매입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주당순이익(EPS, Earnings Per Share)은 전체 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눠서 계산합니다. EPS란 주주 1인이 보유한 주식 한 장당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뜻하는 지표입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고, 이익이 그대로여도 주당 가치는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미국에서 자사주를 "보물 주식"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매입과 소각을 병행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소각에 소극적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의아했는데, 이유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10%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해 전체 주식 수가 줄면 이재용 회장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위험이 생깁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보통주 대신 우선주를 사들이는 방식을 주로 택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 방어막에 시한이 있다는 점입니다. 자사주 매입에는 하루 취득 한도(예정 물량의 10%)와 월간 거래량 대비 한도(25%)라는 엄격한 규정이 있어서 무한정 살 수 없습니다. 매일 최대치로 사들인 결과, 삼성전자는 이미 매입 예정 물량의 74.69%를 소진했고 약 7일 뒤면 실탄이 바닥납니다. SK하이닉스도 58.79%를 소진해 약 15일 뒤면 한도가 찹니다. 10월 초중순이면 34조 원짜리 방어막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 삼성전자: 매입 예정 물량 74.69% 소진, 잔여 기간 약 7일
- SK하이닉스: 58.79% 소진, 잔여 기간 약 15일
- 두 회사 합산 자사주 매입 규모: 약 34조 7천억 원
- 자사주 매입 하루 한도: 취득 예정 주식의 10% 이하, 월 거래량의 25% 이하
중국 반도체 굴기와 미중 협상, 한국이 샌드위치 되는 이유
자사주 실탄이 바닥나는 시점과 거의 맞물려 터질 수 있는 외부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 반도체의 맹추격과 11월 10일 미중 관세 협상 시한입니다. 제가 이 두 이슈를 같이 놓고 보다가 소름이 돋았습니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게 겹칩니다.
먼저 기술 격차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CXMT)가 최근 5세대 D램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반도체에서 5세대란 10나노급 공정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2년 전에 이 기술을 돌파했고 현재는 6세대를 넘어 3나노 공정 경쟁을 하고 있으니, 순수 기술 격차로만 보면 창신메모리는 여전히 2~3년 뒤처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기술 격차와 수익 구조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최첨단 공정에서 돈을 쓸어 담을 것 같다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 써보니 현실은 다릅니다. 3나노,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최첨단 공정은 가동률을 유지하는 데만도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이 들어 당장의 수익성은 낮습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AI 서버용 메모리입니다. 반면 지금 두 회사의 곡간을 채워주는 진짜 황금 거위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D램, 즉 수익성이 검증된 10나노급 범용 메모리입니다.
창신메모리가 이번에 양산을 시작한 5세대 D램이 정확히 이 모바일 D램 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샤오미·화웨이 같은 중국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전량 사다 쓰던 모바일 D램을 자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25% 이상 단가를 후려치는 덤핑 공세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중국 안방 시장을 통째로 내주게 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실제로 창신메모리는 1~4%대였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이미 9%까지 끌어올렸고, 이번 5세대 양산을 계기로 15% 고지를 넘어 마이크론의 3위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출처: Reuters).
미중 협상 문제는 더 복잡합니다. 11월 10일 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미중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협상의 핵심은 미국산 농산물(특히 대두) 대량 구매와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를 맞교환하는 구조입니다. 미국 중부 농업지대인 팜벨트(Farm Belt)의 표심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만큼, 중국이 대두 수입을 최대 2,500만 톤까지 늘려주겠다고 하면 미국 정치권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 됩니다. 팜벨트란 미국 중서부의 대규모 농업지대를 뜻하며, 대두·옥수수 생산 농가 표심이 밀집해 있는 정치적 요충지입니다(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물론 제 생각엔 미국이 반도체 제재를 완전히 풀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고 봅니다. 의회 내 초당적 대중 강경 기류가 여전히 강하고, 수출통제법의 제도적 관성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설사 완화가 이뤄지더라도 그 혜택은 주로 엔비디아처럼 중국 시장에 팔고 싶어 하는 미국 기업 쪽으로 먼저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선거가 코앞에 닥친 미국 정치권이 장기 전략보다 단기 표심을 우선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규제라는 족쇄가 풀리며 맹추격에 날개를 달게 됩니다.
여기에 미국 내 인공지능(AI) 속도 조절 논쟁까지 더해집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기요금을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민심이 커지면서, 만약 AI 투자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굳어지면 HBM을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 자체가 꺾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삼성전자 주가가 바로 떨어지나요?
A. 자사주 매입이 소진된다고 해서 다음 날 바로 폭락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34조 원 규모의 인위적인 매수 주체가 사라지는 만큼, 외국인 순매도가 재개되거나 부정적인 뉴스가 겹칠 경우 주가를 떠받쳐줄 완충재가 없어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어막이 사라진 뒤가 진짜 변동성의 시작이었습니다.
Q. 창신메모리 기술이 2~3년 뒤처진다는데 왜 위협이 되는 건가요?
A. 기술 격차와 수익 구조는 다른 문제입니다. 창신메모리가 겨냥하는 건 최첨단 공정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제로 현금을 버는 10나노급 모바일 D램 시장입니다. 기술이 2년 뒤처져 있어도, 중국 정부 보조금으로 가격을 25% 이상 후려쳐 버리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굳이 한국산을 살 이유가 없어집니다.
Q. 미중 협상이 한국 반도체에 왜 직접 타격이 되나요?
A.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는 중국 기업의 기술 고도화를 억눌러 주는 한국 반도체의 외교적 방어막이기도 했습니다. 제재가 완화되면 창신메모리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더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혀오게 됩니다. 자사주 실탄 소진과 외교 방어막 약화가 같은 시기에 겹친다는 게 지금 상황의 핵심 리스크입니다.
Q. 미중 협상 결과가 대두 가격이나 물가에도 영향을 주나요?
A.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2,500만 톤 규모로 대량 구매하면 국제 콩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사료·식용유·두부까지 미국산 대두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여서 수입 단가 상승이 장바구니 물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브라질산 수입 비중 조정 등 변수가 있어 단숨에 폭등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결론
지금 시장은 쇼트스퀴즈와 자사주 매입이라는 두 개의 인위적인 방어막 위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어막이 10월 초중순을 기점으로 동시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미중 협상 결과와 중국 반도체 굴기라는 외부 변수까지 겹쳐 있으니, 제 경험상 이처럼 여러 리스크가 한 시점에 몰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물론 미국이 반도체 제재를 전면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하는 것은 저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충분히 출렁입니다. 11월 10일 관세 유예 만료일 전후로 윤곽이 드러날 미중 합의 결과를 달력에 표시해 두고 지켜볼 것을 권합니다. 방어막이 걷힌 뒤에는 기업의 진짜 실력, 즉 펀더멘탈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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