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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이제 살 때인가" 하는 고민이 밀려옵니다. 저도 지난 8월 레버리지 ETF 폭락장에서 "이 정도면 싸다"고 들어갔다가 다음 날 더 빠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본격 반등 타이밍을 맞히려 했던 게 오히려 판단을 흐렸습니다. 그 이후로 타이밍보다 구조를 먼저 보는 쪽으로 접근법을 바꿨습니다.



레버리지 ETF가 쌓아 놓은 매물대, 계단식 반등의 이유

일반적으로 주가가 오를 때는 빠르게 회복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과열 구간을 거친 종목은 전혀 다른 패턴을 보입니다. 레버리지 ETF(Exchange Traded Fund), 즉 기초 지수 등락의 두 배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가 과도하게 유입됐던 구간에서는 비정상적인 수급이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층층이 쌓인 매물대를 남긴다는 점입니다.

매물대란 특정 가격대에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로 대기 중인 물량을 말합니다. 이 물량은 주가가 자신의 매수 단가 근처로 올라오면 손실을 메우려는 매도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올해 상반기 고점 구간에서 레버리지 ETF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적지 않았고, 그 자금이 물려 있는 가격대가 지금도 위쪽에 촘촘히 깔려 있습니다.

저는 이 때문에 상반기처럼 시원하게 오르는 그림은 당분간 기대하지 않는 편입니다. 계단 한 칸씩 오르며 매물대를 소화하는 과정, 그게 지금 이 종목들의 현실적인 경로라고 봅니다. 반등 타이밍을 특정 날짜로 잡으려는 시도보다, 조금 눌릴 때 비중을 조금씩 쌓아 가는 방식이 저에게는 더 맞았습니다.

  • 레버리지 ETF 폭락 이후 고가 매수 물량이 위쪽 매물대로 잔존
  • 매물대 소화 과정에서 반등은 계단식·완만한 흐름이 불가피
  • 상반기 급등 재현 기대는 내려놓고, 싼 구간에서 분할 매수 접근이 현실적
요약: 레버리지 ETF가 만든 비정상 수급의 잔해, 즉 매물대가 위쪽에 쌓여 있어 본격 반등은 계단식으로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젠슨 황 발언과 HBM 수요, 헤드라인과 실제 사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스코틀랜드 AI 서밋에서 내년 칩 판매량이 올해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발언했을 때, 많은 투자자들이 즉각 반도체 섹터 전체의 호재로 받아들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그 발언은 수량 기준 두 배입니다. 매출 기준 두 배가 아닙니다. 제품 세대 전환이 일어나면 단가가 달라지고, 하이엔드 GPU에서 보급형 칩으로 구성이 바뀌면 실제 매출 증가율은 판매량 증가율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GPU(Graphics Processing Unit), 즉 대규모 병렬 연산에 특화된 그래픽 처리 장치의 세대 전환 시점에는 특히 이 간극이 벌어집니다.

물론 GPU 수요가 늘어나면 HBM(High Bandwidth Memory) 수요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적층해 대역폭을 극대화한 고성능 메모리로, AI 연산용 GPU에 필수적으로 탑재됩니다. SK하이닉스가 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 신호입니다(출처: 매일경제).

다만 젠슨 황의 발언에는 AI 둔화론을 잠재우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이해관계자의 말은 거리를 두고 들어야 한다는 건 투자에서 기본이지만, 막상 강한 발언이 나오면 그 기본이 흔들립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압니다. 이런 발언을 기준으로 포지션을 전면 재편하기보다, 전체 그림의 방향 확인 정도로 활용하는 편이 덜 다칩니다.

요약: 젠슨 황의 '두 배' 발언은 수량 기준이지 매출 기준이 아니므로, 헤드라인을 그대로 호재로 환산하면 오판할 수 있습니다.

 

주주환원의 실질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

주주환원 발표가 나오면 시장은 반사적으로 긍정 반응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주환원은 기업이 주주를 위해 이익을 나눠주는 행위로 알려져 있지만, 실질을 뜯어보면 온도 차이가 제법 큽니다. 저는 이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발표를 보면서 그 차이를 꽤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SK하이닉스의 40조 원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는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 발행과 세트입니다. ADR이란 미국 시장에서 외국 주식을 달러로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주식 예탁 증서입니다. 40조 원을 새로 발행해 조달하고 같은 규모로 소각하면 주식 수는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발행가 대비 현재 주가가 낮으니 소각 수량이 조금 더 많아지는 효과는 있지만, 이걸 두고 순수한 주주환원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30조 원 규모 발표는 대부분 배당으로 구성됩니다. 시장이 원했던 건 자사주 매입·소각이었는데, 이는 주식 수를 직접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배당은 주가 하단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게다가 직원 보상용 자사주 매입에 15조 원이 쓰인다면, 주주를 위한 소각 물량은 그만큼 늦어질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역대급 실적을 내는 시기에 주주 몫의 자사주 소각이 직원 보상보다 뒤로 밀리는 구조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두산처럼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을 선언하는 사례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분명합니다.

요약: 주주환원의 규모보다 구조를 봐야 합니다. ADR과 세트인 소각이나 배당 중심 정책은 주당 가치를 직접 높이는 자사주 소각과 효과가 다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성전자 지금 사도 괜찮은 가격인가요?

A. 일반적으로 "지금이 바닥인가"를 묻는 분이 많은데, 제 경험상 바닥을 맞히려는 접근보다 눌릴 때마다 조금씩 쌓는 방식이 실수를 줄입니다. AI 사이클과 반도체 업황의 큰 방향이 무너지지 않는 한, 주가 하락 구간은 분할 매수 기회로 볼 수 있습니다. 단, 단기 급등을 노리는 접근은 위쪽 매물대 구조를 감안하면 기대를 낮춰야 합니다.

 

Q. 금리 인상이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주가에 왜 영향을 미치나요?

A. 금리가 오르면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AI 인프라 사업자)들의 투자 비용 부담이 커집니다. 투자가 위축되면 GPU 수요가 줄고, 그 결과 HBM과 D램 수요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이 미칩니다. 또한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 없는 국채 이자 수익률과 주식 기대 수익률 차이가 좁아져, 증시 자금이 이탈할 유인이 생깁니다.

 

Q. 레버리지 ETF 때문에 매물대가 생긴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주가가 급등하는 구간에서 레버리지 ETF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 그 자금이 고가에 매수된 물량으로 남습니다. 이후 주가가 하락해 그 물량이 손실 구간에 들어가면, 반등 시 원금 회복을 노린 매도 압력이 집중됩니다. 이것이 특정 가격대에서 주가가 자주 저항을 받는 매물대로 작용합니다.

 

Q.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이 한국 반도체주를 덜 사나요?

A. 원화 약세 구간에서는 통상 외국인 매수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율 불안은 국가 경제 불확실성 신호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무역수지 흑자 기조와 반도체 업황을 감안하면 환율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이고, 이 경우 외국인 유입의 구조적 장벽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론

저는 바이오 섹터에서 7~80% 수익을 올렸던 종목이 한순간에 박살 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 반성했던 것도 결국 같은 지점이었습니다. 시장 구조를 읽지 않고 과거 성공 패턴을 그대로 복사했다는 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AI 사이클이 살아 있다는 큰 그림은 유효해 보이지만, 레버리지 ETF가 남긴 매물대, 금리 방향, 주주환원의 실질, 이 세 가지를 건너뛰고 뉴스 헤드라인만 쫓으면 결국 어딘가에서 맞습니다.

제 경우엔 지금도 이 섹터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눌릴 때마다 조금씩 담고 나중에 지나가며 올라가 주길 기다리는 방식입니다. 정리하면, 타이밍을 잡으려 하기보다 구조를 이해하고 싼 구간에서 분할로 접근하는 것, 그리고 젠슨 황의 발언이든 주주환원 뉴스든 숫자 뒤의 맥락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지금 이 시장에서는 더 중요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2MwciEgZ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