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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이크론이 어닝콜에서 가이던스까지 깔끔하게 제시했는데, 정작 마이크론 주가는 헤지펀드의 공세에 밀리고 삼성·SK하이닉스가 먼저 뛰어오르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같은 날 오라클·구글·TSMC 소식까지 겹치면서 "AI 인프라 수요는 살아있다"는 그림이 선명해지는 날이었는데, 그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봤습니다.
공항 새벽, 시장이 이렇게 열렸습니다
JFK 공항 출국장에서 장 시작 한 시간 전을 맞이한 날이었습니다. 뉴욕 현지 기온은 약 20도, 날씨는 흐렸지만 선물 시장 분위기는 전날보다 확연히 달랐습니다.
다우 선물이 0.49% 오르고 S&P 500 선물은 7,686 기준 0.45% 상승, 나스닥 추종 QQQ는 0.61% 올라 있었습니다. 러셀 2000 선물도 2,800선에서 0.45% 상승 중이었으니, 대형주와 중소형주가 나란히 반등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변동성 지수(VIX)입니다. VIX란 향후 30일간 시장 변동성을 옵션 가격으로 역산한 지표로, 흔히 '공포 지수'라고 불립니다. 이날 VIX는 0.49% 하락해 있었고, 이 숫자 하나가 "오늘은 패닉 셀보다 매수 시도가 나올 수 있겠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다만 유럽 증시는 전반적으로 약세였습니다. 브렌트유가 99.99달러로 2% 가까이 오르고, WTI도 91.61달러에서 1.32% 상승하면서 에너지 비용 부담이 유럽 지수를 누른 것으로 보였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일부 열렸음에도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공급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계속 얹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채권 금리 쪽에서는 그나마 숨통이 트였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전날 22년 만의 최고치인 5.27%를 찍은 뒤 3bp 내려왔고, 2년물도 4.86%에서 소폭 하락했습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주식 할인율이 높아져 성장주에 직격탄이 되는데, 이날은 그 압박이 잠깐 숨을 고른 날이었습니다.
마이크론 어닝콜, 숫자로 뜯어보니
제가 직접 어닝콜 내용을 정리해봤는데, 핵심은 세 줄로 압축됩니다. 다음 분기(회계연도 1분기) 매출 가이던스 615억 달러(±15억 달러), HBM 가격 2027년까지 유지 가능, 2028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전망이었습니다.
HBM이란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성능 D램입니다. 일반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수 배 빠른 대신 단가도 높아, 마이크론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제품군입니다. 이 HBM 가격이 최소 2027년까지 버텨줄 거라는 경영진 발언은 반도체 섹터 전체에 온기를 퍼뜨리는 발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닝콜에서 한 가지 불편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마진 압박 문제입니다. 총마진율이 85%에 달하면서도 "1분기까지는 비용이 오를 것"이라고 경영진이 직접 언급했습니다. 대만 공장 임금 협상, 인센티브 보상 비용 증가, 높은 원가의 재고(인벤토리)가 장부에 반영되는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식의 솔직한 비용 발언은 단기 주가에 빌미를 주지만, 오히려 장기 투자자에게는 경영진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투자은행들의 목표주가 반응은 아래와 같이 정리됩니다.
- DA Davidson: 2,000달러 → 2,100달러로 상향
- JP모건: 1,540달러 유지
- RBC 캐피탈: 1,500달러 유지
- 골드만삭스: 1,100달러, 홀드(Hold) 의견
- BMO: 1,300달러, 미즈호: 1,300→1,400달러 상향
22개 기관이 매수 의견을 낸 가운데 골드만삭스만 홀드였습니다. 그러나 장 시작 전 주가는 헤지펀드의 숏(공매도) 공세로 밀렸습니다. 한국 삼성전자가 2.61%, SK하이닉스가 3%, 일본 닛케이가 3% 오르는 동안 정작 마이크론만 빠지는 아이러니한 구도가 펼쳐졌습니다. 저는 이런 구도를 볼 때마다 "진짜 수요와 단기 자금 흐름은 다른 시계를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출처: SEC EDGAR 마이크론 공시).
오라클·테슬라·우주 데이터센터, 전망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날 주목할 만한 소식이 마이크론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오라클이 텐센트와 약 7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뉴스가 나왔고, 구글은 새 AI 모델 '제미나이 아르고'를 공개했습니다. TSMC는 텍사스 내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팔란티어와 협력 중인 넥스트레이드(Nextracker)계열 기업이 AI 인퍼런스(Inference) 전문 기업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AI 인퍼런스란 학습이 완료된 AI 모델이 실제로 예측·판단을 수행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모델 학습(트레이닝)에만 막대한 GPU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운영 단계인 인퍼런스에도 대규모 반도체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이 이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흐름이 확인될 때마다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은 아직 초입"이라는 판단이 강해집니다.
한편 스페이스X가 구글의 TPU(Tensor Processing Unit) 반도체를 탑재한 플래닛랩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린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TPU란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전용 반도체로, 우주 궤도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실증하는 첫 시도입니다. 우주 데이터센터가 현실화되면 지상 에너지·토지 비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합니다(출처: Planet Labs 공식 홈페이지).
테슬라의 경우, 이날 프랑스 월간 판매가 9,000대를 넘어 202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노르웨이도 약 4,000대로 4년 만의 최고치, 포르투갈은 3,000대에 육박하며 전년 대비 약 100% 증가했습니다. ISM 제조업 지수(PMI) 발표 전까지는 선물 시장에서의 반등 탄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PMI란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이면 수축을 뜻합니다. 이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금리 인상 압박이 줄어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됩니다.
제가 이날 흐름을 정리하며 느낀 건, 시장이 "금리 공포"와 "AI 수요 확인"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쪽에서는 10년물 금리가 22년 만의 고점을 찍고, 다른 한쪽에서는 마이크론·오라클·구글이 AI 수요를 구체적인 숫자로 증명하고 있었으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마이크론 실적이 좋은데 왜 주가는 떨어지나요?
A. 실적 발표 직후 헤지펀드의 공매도 공세가 집중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어닝콜에서 "단기 마진 압박"이 언급되면 단기 트레이더들이 빌미로 삼아 숏을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관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방향이 바뀔 수 있어서, 단기 주가 하락이 곧 기업 가치 훼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Q. HBM 가격이 2027년까지 유지된다는 게 실제로 가능한가요?
A. 마이크론 경영진이 직접 언급한 전망이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조가 2028년까지 이어진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다만 경쟁사의 HBM 생산 능력 확대나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면 달라질 수 있어, 이 전망은 "현재 수요 궤적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
Q. 미국 10년물 금리가 오르면 반도체주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할인율이 높아집니다. 미래 성장에 주가가 붙어있는 반도체·성장주일수록 이 할인 효과가 크게 작용해 주가 하락 압박이 커집니다. 반대로 금리가 안정되거나 내리면 성장주 반등 탄력이 빨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Q. 테슬라 차량 인도 발표, 어떻게 봐야 하나요?
A. 기관 컨센서스는 약 46만 1,974대였고, 프랑스·노르웨이·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별 판매가 전년 대비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단, 중국과 미국 판매 데이터가 변수여서, 유럽 호조만으로 전체 방향을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결론
제가 이 날 흐름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이크론 하나가 한국·일본·미국 반도체 섹터 전체를 들어올리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업종과 개별 종목의 연동성을 이해하면, 마이크론 주가가 단기에 눌려도 SK하이닉스나 엔비디아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시야가 생깁니다.
지금 시장의 핵심 변수는 결국 채권 금리 방향입니다. 10년물이 5.27%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흐름이 이어지면 성장주의 반등 탄력이 살아날 것이고, 다시 올라간다면 아무리 좋은 실적도 단기 주가 방어에 한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AI 인프라 수요 사이클이 꺾이지 않는 한, 금리 고점 확인 후의 반도체·데이터센터 섹터가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구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 이는 제 개인적인 판단이며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