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솔직히 저는 '강한 달러'와 '건전한 달러'가 같은 말인 줄 알았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가 강해지는 거고, 그게 곧 달러의 위상이 높아지는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30년물 기준으로 5.6%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달러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움직임을 들여다보다가 제 이해가 꽤 엉성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미국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제도화한다는 이야기, 처음엔 음모론처럼 들렸지만 숫자를 따라가 보니 논리가 연결됐습니다.
미국 장기 금리가 안 잡히는 진짜 이유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경제가 과열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시중의 돈이 회수되고, 인플레이션이 잡힌다는 교과서적 설명이죠. 그런데 제가 지금 미국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그 공식이 이번엔 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연방 부채는 이미 이자 비용만으로도 국방 예산을 웃도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출처: 미국 재무부 재정데이터).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할수록, 이미 발행한 국채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입니다. 이른바 '재정 적자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죠. 여기서 재정 적자의 악순환이란, 부채를 갚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고, 그 빌린 돈의 이자가 다시 적자를 키우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반면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늘렸고, 이것이 장기 금리를 끌어올린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이 전 세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이 논리를 뒷받침합니다. 제 경험상, 두 시각이 서로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결국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는 하나로 수렴합니다. 미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Dollar Stablecoin)의 제도화를 가속하고 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사가 실제 달러나 단기 국채를 담보로 보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테더(USDT)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회사가 보유한 미국 단기 국채 규모는 웬만한 중견 국가의 외환보유고를 넘어섭니다.
-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장중 5.6% 돌파
- 연간 국채 이자 비용이 국방 예산 초과
- 테더의 단기 국채 보유량, 중견국 외환보유고 수준
- 달러 스테이블코인 비중이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99% 이상
탈달러화가 오히려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역설
제가 처음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달러가 기축통화 자리를 잃는 것 아닌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상황이 훨씬 입체적이었습니다. 탈달러화란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이나 위안화 등 대안 자산으로 다변화하는 흐름을 말합니다.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미국이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한 사건은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달러를 준비 자산으로 보유하는 행위 자체가 제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가 목격한 것이죠.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결제에서 위안화를 일부 허용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청문회를 열었던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출처: 미국 의회 공식 사이트).
그런데 미국이 내놓은 해법이 흥미롭습니다. 중앙은행 엘리트들이 달러를 보유할지 말지 결정하는 구조 대신, 일반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달러 비중을 50%로 줄여도, 중국 일반 시민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대부분은 달러를 선택합니다. 제가 이 논리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좀 무서웠습니다. 정교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온체인(On-chain)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등장합니다. 온체인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와 자산 관리 방식을 말합니다. 미국 국채와 주식을 토큰화해서 아르헨티나나 나이지리아 시민도 스마트폰 하나로 즉시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온체인 제도화의 핵심입니다. 로빈후드가 자체 체인을 출시하고 나스닥 상장 주식을 토큰화한 것도 이 흐름의 연장입니다. 한국 시민이 원화로 테더(USDT)를 사는 순간, 국내 은행에 있던 자금이 미국 단기 국채 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비트코인 전망, 신념과 분석 사이에서
비트코인이 4년 주기 하락장에서 반 토막이 나고 간신히 회복 중인 지금, 사람들의 관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향해 있다는 건 제 주변만 봐도 체감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지금 이 조용한 시기에 달러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비트코인 ETF 자금 유입, 자산 토큰화 같은 구조적 변화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장기 금리 상승에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를 저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비트코인(Bitcoin)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영구히 고정된 디지털 자산입니다. 국가나 중앙은행이 임의로 공급을 늘릴 수 없다는 점에서 금과 유사한 희소성을 지닙니다. AI와 고령화가 겹치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하고, 각국 정부가 사회 안정을 위해 돈을 찍어낼수록 고정 공급 자산의 상대적 가치는 올라갑니다. 피터 터친의 엘리트 과잉생산 이론처럼, 교육 수준은 높지만 설 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정치권은 재정 긴축보다 통화 확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다만 제가 분석과 신념을 구분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이 부채에 빠질수록 비트코인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구조적으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50세 미만이라면 비트코인을 유일한 퇴직 연금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은 개인의 재무 상황과 변동성 감내 능력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공급이 고정됐다는 사실이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아닙니다. 반 토막이 날 수 있는 자산에 퇴직 연금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확신이 분석을 앞서는 순간이라고 제 경험상 조심해야 할 신호입니다.
한국의 상황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한국 당국이 허가하지 않더라도, 케이맨 제도 같은 역외 서버에서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현실은 이미 KRWq 사례로 증명됐습니다. 폴리마켓을 도박으로 차단하는 동안, 로빈후드 체인에서는 나스닥 상장 주식이 토큰화되어 거래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수익 대부분이 넷플릭스로 향했던 것처럼, 한국 자산이 미국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시대가 오면 수익 구조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면 한국 은행에 어떤 영향이 생기나요?
A. 일반적으로는 개인의 소액 거래라 별 영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구조를 따라가 보면, 한국 시민이 원화로 테더(USDT)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는 순간 국내 은행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그 자금은 결국 미국 단기 국채 매입으로 이어집니다. 개인 단위로는 미미하지만, 이 흐름이 집적되면 한국 국채 수요는 줄고 미국 국채 수요는 늘어나는 제로섬 구조가 됩니다.
Q. 탈달러화가 진행되는데 왜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늘어나나요?
A. 탈달러화는 주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 엘리트 수준에서 진행됩니다. 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달러에 접근하는 채널입니다. 중국 정부가 달러 보유를 줄여도, 중국 시민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달러를 선택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게 미국의 판단입니다. 즉, 정부 간 탈달러화와 시민 수준의 달러 수요는 서로 다른 층위에서 움직입니다.
Q. 비트코인 ETF 승인이 비트코인 가격에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A. ETF(상장지수펀드)란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든 금융 상품입니다. ETF 승인으로 블랙록, 골드만삭스 같은 기관이 운용하는 금고에 100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투명하게 집적됐습니다. 이는 기관 자금 유입 통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수요 기반을 넓히는 효과가 있지만, 단기 가격 보장은 아닙니다.
Q.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왜 아직 한국에서 안 되나요?
A. 한국 금융 당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자본 유출, 통화 주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KRWq 사례처럼 역외 서버에서 외국 기업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이미 발행했습니다. 제가 이 흐름을 보면서 느낀 건,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만들어진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국내 기업이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론
미국의 장기 금리 불안, 달러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자산 토큰화, 비트코인 ETF까지 각각 따로 보면 파편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연결됩니다. 미국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디지털 경제에서 달러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암호화폐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제가 이 그림을 처음 온전히 이해했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비트코인을 투기 수단으로만 봤던 제 시각이 상당히 좁았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무조건 오른다는 확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구조적 변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는 사실 자체를 직시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오징어 게임의 수익이 넷플릭스로 흘러간 것처럼, 한국 금융도 플랫폼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지켜보되, 구조를 이해한 상태로 지켜보는 것이 맹목적 낙관이나 무관심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