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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솔직히 저도 2022년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과거 데이터를 직접 뒤져봤더니 연준의 금리 인상 구간에서 오히려 코스피가 올랐던 사례가 더 많았습니다. '금리 = 악재'라는 공식이 경험에서 비롯된 편향일 수 있다는 것, 그 지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금리 공포, 2022년의 기억이 만든 착시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식 시장이 무너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과 코스피 차트를 겹쳐서 살펴봤더니, 2022년을 제외하면 인상 구간에 주식이 하락한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었습니다. 오히려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지수가 상승한 사례가 더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2022년은 왜 달랐을까요. 당시 연방준비제도(Fed)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급격한 물가 상승을 배경으로, 기준금리를 0%에서 5.25%까지 사실상 패닉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서 연방준비제도(Fed)란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기준금리 결정을 통해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관입니다. 당시 코스피는 고점 대비 거의 40%가 빠졌고, 그 충격이 아직도 투자자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맥락이 다릅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95~5% 수준에서 오가고 있지만, 이 상승은 인플레이션 공포 때문이 아니라 AI 중심의 경기 성장과 기업 실적 개선이 뒷받침하는 환경 속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때처럼 지역 은행 시스템이 흔들리는 상황도 아닙니다. 당시와 가장 큰 차이는, 지금은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고금리 장기화를 이미 전제로 헤지 수단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블룸버그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보면(출처: Bloomberg), S&P 500 지수의 10% 조정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하는 미국 10년물 금리 수준의 중간값이 5.4%로 나왔습니다. 1년 전 만 해도 4.5%만 넘으면 재앙이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임계치 자체가 꽤 올라간 셈입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공포가 사라진 게 아니라, 시장이 실제 데이터로 학습하며 적응한 결과입니다. 중요한 것은 금리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속도라는 점, 그리고 그 속도는 미국 재무부와 연준이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 2022년 금리 인상: 0% → 5.25%, 인플레이션 패닉 대응 → 코스피 40% 급락
- 현재 금리 인상: AI·실적 성장 기반, 시장 사전 적응 완료
- 블룸버그 기관 투자자 설문: 조정 유발 금리 임계치 중간값 5.4%로 상향
- 핵심 변수는 금리 수준이 아니라 상승 속도
반도체 밸류에이션, 착시인가 실체인가
"반도체 두 종목 빼면 코스피 PBR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 저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장부가치 대비 시장이 얼마나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코스피 2,700 기준으로 전체 PBR은 약 5.4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BR은 4배 수준입니다.
두 종목을 제외하면 나머지 코스피의 PBR이 약 10.4배로 계산됩니다. 언뜻 비싸 보이지만, 2010년 이후 코스피 비반도체 섹터의 평균 PBR이 약 10.5배라는 사실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즉 지금 시장은 에이스를 빼고도 역사적 평균 수준에 와 있는 것입니다. 반도체를 떼어내고 시장을 평가하는 것은 국가대표에서 에이스를 제외하고 전력을 논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유가 딱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본격화가 새로운 수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틱 AI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예약, 결제, 업무 실행까지 스스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를 의미합니다. 상반기만 해도 이 개념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그게 실생활에서 되겠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구글 아스트라와 메타의 무비 젠(Movie Gen) 사례를 보고 나서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서비스 형태로 출시되면서 채택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에이전틱 AI가 확산될수록 추론 연산에 필요한 DRAM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납니다. 올해 1분기에 메모리 가격 성장률을 한 자릿수로 예상했다가 실제로는 40~50%가 나온 것처럼, 수요를 과소평가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피크아웃(Peak-out), 즉 실적이 정점을 찍고 꺾인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지만, AI 인프라 수요가 이를 흡수하는 한 그 우려는 반복적으로 빗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출처: Goldman Sachs Research).
코리아 디스카운트 하단은 올랐다, 그러면 상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지배구조 불투명성, 물적분할 후 상장, 잦은 유상증자 등으로 인해 비슷한 실적의 해외 기업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는 구조적 현상입니다. 제가 몇 년 전 이 문제를 처음 공부했을 때는 솔직히 '이게 진짜 바뀔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컸습니다.
그런데 실제 차트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코스피 지수와 시가총액을 비교해보면, 과거에는 시가총액이 지수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였습니다. 기업들이 물적분할 상장이나 유상증자로 주식 공급을 늘리면서 주주 가치를 지속적으로 희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4~2025년부터 지수와 시가총액이 거의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사주 소각이 실질적으로 늘었고, 주주를 의식하는 기업 문화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 변화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올해 7월 급락 시기에 코스피 PBR이 1.3배에서 멈추고 반등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위기 때는 PBR 0.7~0.8배까지 논하던 것과 비교하면, 하단 자체가 구조적으로 올라온 것입니다. 이게 저는 가장 인상적인 변화였습니다.
물론 과제도 있습니다. 하단이 올라갔다는 건 확인됐지만, 상단이 어디까지 열릴지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와 상법 개정 등 정책 추진력에 달려 있습니다. 7,000선 위에 쌓인 100조~110조 원 규모의 개인 투자자 매물대가 부담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그 물량이 전부 시장에 나오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10만 원을 돌파했을 때 '10만 원 되면 팔겠다'던 투자자들이 20만 원, 30만 원까지 가는 걸 보면서 목표가를 올린 것처럼, 주가가 오르면 사람들의 목표가도 함께 올라갑니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에서 말하는 목표가 상향 편향이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넘으면 코스피는 무조건 떨어지나요?
A. 일반적으로 5%가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블룸버그 기관 투자자 설문에서 S&P 500 10% 조정을 유발할 금리 수준의 중간값이 5.4%로 나왔습니다. 절대 수준보다 상승 속도가 더 결정적인 변수입니다. 완만하게 오르면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Q.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빼면 코스피 진짜 비싼 거 아닌가요?
A. 직접 계산해보면 두 종목 제외 시 PBR이 약 10.4배로, 2010년 이후 역사적 평균인 10.5배와 거의 같습니다. 비싸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올해 5~6월 코스피 고점 당시 반도체 섹터 PBR이 14~15배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히 낮아진 상태입니다.
Q. 에이전틱 AI가 반도체 수요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A. 에이전틱 AI는 단순 검색이 아니라 예약·결제·업무 처리 등 복잡한 추론 연산을 수행합니다. 추론 과정에서 DRAM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어납니다. 올해 메모리 가격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반복적으로 크게 상회한 배경이기도 하며, AI 채택률이 아직 낮다는 점에서 수요 확대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Q. 코스피 7,000선 위 매물대 100조 원은 정말 다 쏟아지나요?
A.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주가가 실제로 목표가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목표가를 높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10만 원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100조 원 전체가 한꺼번에 매도 물량으로 나올 가능성은 낮고, 실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20~30% 수준일 수 있습니다.
결론
금리, 반도체 착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세 가지 논쟁 모두 결국 같은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지금 시장을 과거의 공식으로 읽어도 되는가.' 제가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볼수록 내린 결론은, 지금은 맥락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고금리가 악재로 작동하려면 실적이 흔들려야 하는데, AI 수요가 반도체 실적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고 코스피 하단도 구조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물론 에이전틱 AI 수혜 섹터 논의나 유가 변수처럼 중간 고리가 아직 불분명한 부분은 있습니다. 보안주나 결제 플랫폼 수혜 논리는 방향성은 맞지만 구체적인 실적 연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확신하기보다는, 연간 전망이 나오는 10월 이후의 흐름과 3분기 실적 시즌을 지켜보면서 판단을 조율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