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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한 달 동안 코스피가 22% 빠지는 걸 보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익률 발표 숫자보다 그 숫자가 왜 바뀌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그게 능동적인 판단의 결과인지 시장이 알아서 만들어준 결과인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코스피 급락과 국민연금 자산배분의 변화

제가 이 흐름을 처음 뜯어보기 시작한 건 6월 말 수치를 봤을 때입니다. 당시 국민연금 전체 자산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9.1%였습니다. 그런데 7월 말이 되자 이 숫자가 24.9%로 내려왔습니다. 한 달 만에 4.2%포인트가 줄어든 셈입니다.

이 수치만 보면 국민연금이 발 빠르게 국내 주식을 팔아 리밸런싱에 성공한 것처럼 읽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데이터를 들여다봤을 때, 핵심은 따로 있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종가가 6,595포인트로 한 달 만에 22% 하락했다는 사실입니다. 비중이 줄어든 건 주식을 팔아서가 아니라 보유 주식의 평가액 자체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에서 비중이 변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직접 사고팔아서 비중을 맞추는 능동적 리밸런싱과, 자산 가격 변동으로 비중이 저절로 움직이는 수동적 리밸런싱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수동적 리밸런싱이란 펀드매니저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시장 가격 변화가 포트폴리오 구성 비율을 바꿔놓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번 비중 하락은 대부분 후자에 해당합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현재 20.8%이고, 시장 상황에 따라 허용되는 범위가 존재합니다. 7월 말 기준 24.9%는 여전히 목표보다 높지만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온 수준입니다. 즉 지금 당장 공격적으로 주식을 팔아야 할 의무가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 2025년 6월 말 국내 주식 비중: 29.1%
  • 2025년 7월 말 국내 주식 비중: 24.9% (한 달 새 4.2%p 감소)
  • 국내 주식 목표 비중: 20.8%
  •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폭: 약 22%
  • 전체 기금 규모 변화: 1,684조 원 (한 달 만에 124조 원 감소)
요약: 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 감소는 능동적 매도가 아닌 코스피 급락에 따른 평가액 축소, 즉 수동적 리밸런싱의 결과였습니다.

 

유예 결정의 구조적 문제: 결과보다 과정이 문제입니다

이 사안을 깊게 들여다볼수록 제가 더 신경 쓰이는 건 유예 결정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결정이 내려진 방식이 문제라고 봤습니다.

국민연금은 원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로 관리해 왔습니다. 그런데 국내 주식시장 호황이 이어지자 2025년 1월에 리밸런싱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예했고, 5월에는 목표 비중 자체를 20.8%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국회에 출석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출처: 국민연금공단).

상승장에서 리밸런싱을 미루면 결과적으로 수익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구조적이고 추세적인 상승"이라는 논리도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그 판단이 옳았는지는 결국 사후에만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코스피 급락은 그 판단이 얼마나 불확실한 기반 위에 있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연기금(Pension Fund)의 본질적 역할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연기금이란 국민의 노후 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공적 기금으로, 시장을 이기는 것보다 정해진 원칙 안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인 조직입니다. 시장 예측에 베팅하는 민간 헤지펀드와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제가 직접 이 결정 과정을 추적해봤는데, 유예와 목표 비중 상향의 판단 기준이 사전에 어떻게 정해졌는지, 어떤 조건이 충족됐을 때 이 예외가 발동됐는지에 대한 공개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도 6월 말 27.2%에서 7월 말 14.8%로 한 달 만에 12%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은 107.3%에서 60.1%로 반토막에 가까워졌습니다(출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 현황).

요약: 유예 결정 자체보다 그 결정의 기준과 과정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구조적 문제가 이번 사태의 본질입니다.

 

리밸런싱 원칙 개선, 어떤 방향이 필요할까

제가 이 문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예외를 없애야 한다는 게 아니라 예외의 조건을 먼저 정해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후에 "그 판단이 맞았다"고 항변하는 구조는 신뢰를 만들지 못합니다.

전략적 자산배분(SAA, Strategic Asset Alloc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SAA란 장기 목표 수익률과 위험 허용 범위를 기준으로 자산군별 비중을 미리 정해두고,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이 원칙을 따르는 운용 방식을 말합니다. 국민연금처럼 수백만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기금이라면 이 원칙을 얼마나 일관되게 지키느냐가 운용 신뢰도의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원칙의 예외가 허용될 때 중요한 건 예외 자체가 아니라 그 예외를 언제, 어떤 조건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적용하는지를 미리 문서화해두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의 사전 기준이 필요합니다.

또한 신규 자금을 저비중 자산에 우선 배분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할 만합니다. 이른바 현금 흐름 리밸런싱(Cash Flow Rebalancing)으로, 보유 자산을 직접 매도하지 않고도 비중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목표 비중에 근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자산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리밸런싱 원칙과 시점을 더 면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제가 이 사안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성과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결정의 근거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국민 신뢰의 출발점입니다.

  • 유예 가능 조건을 사전에 명문화 (어떤 시장 상황에서, 어느 기간까지, 어느 한도까지)
  • 의사결정 과정의 사전 공개 및 사후 검토 보고서 의무화
  • 현금 흐름 리밸런싱 방식 도입으로 시장 충격 최소화
  • 목표 비중 변경 시 변경 근거와 예상 시나리오를 국민에게 공개
요약: 리밸런싱 예외 허용 자체보다, 예외의 조건·절차·공개 원칙을 사전에 제도화하는 것이 국민연금 운용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인 게 리밸런싱을 한 건가요?

A.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7월 말 비중이 24.9%로 낮아진 건 국민연금이 주식을 적극 매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코스피가 22% 급락하면서 보유 주식의 평가액 자체가 줄어든 결과입니다. 이를 수동적 리밸런싱이라고 부르며, 능동적 매도와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Q.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유예한 이유가 뭔가요?

A. 국내 주식시장이 구조적·추세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는 리밸런싱을 하지 않는 것이 수익성에 유리하다는 전문가 판단이 반영됐습니다. 이에 따라 2025년 1월 6개월 한시 유예를 결정했고, 5월에는 목표 비중 자체를 14.9%에서 20.8%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이 사전에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Q. 국민연금 수익률이 한 달 만에 왜 이렇게 많이 떨어졌나요?

A. 코스피 급락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국내 주식 수익률이 107.3%에서 60.1%로 급감했고, 이것이 전체 기금 수익률을 27.2%에서 14.8%로 끌어내렸습니다. 전체 기금 규모도 한 달 만에 124조 원 줄어 1,684조 원이 됐습니다.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상태에서 시장이 급락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Q. 현금 흐름 리밸런싱이 뭔가요? 일반 리밸런싱이랑 뭐가 다른가요?

A. 현금 흐름 리밸런싱(Cash Flow Rebalancing)이란 기존에 보유한 자산을 팔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 신규 자금(보험료 수입 등)을 비중이 낮은 자산에 우선 배분해서 목표 비중에 가까워지는 방식입니다. 시장에 직접 매도 물량을 내놓지 않아 가격 충격이 적고, 거래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론

이번 사태를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강하게 남는 건 숫자보다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국내 주식 비중이 줄었다는 사실은 표면적으로 긍정적으로 읽힐 수 있지만, 그 이면을 보면 시장이 대신 해준 조정이었고 국민연금이 능동적으로 위험을 관리한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연기금의 신뢰는 수익률이 좋을 때가 아니라, 수익률이 나빠졌을 때도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할 수 있느냐에서 갈립니다. 제가 바라는 건 리밸런싱 유예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유예의 조건과 기준을 미리 정해두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운용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공단의 기금운용위원회 회의 결과와 자산배분 현황 공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67THkjZ_zw